10Base-T1S는 CAN을 대체할 수 있을까 (CAN vs 10Base-T1S)


앞선 글에선 10Base-T1S가 순서를 정하는 방법인 PLCA에 대해 이야기하며 CAN과의 비교는 다음 글에서 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. 이번엔 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. 10Base-T1S는 애초에 CAN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표준입니다. 그렇다면 정말 대체할 수 있을까요? 4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킨 기술을 밀어내려면 "조금 더 좋다"로는 부족합니다.
CAN은 1986년 Bosch가 만들었습니다. 2개의 선에 여러 노드를 매달고, 저렴한 트랜시버로, 40년 가까이 자동차의 통신을 담당해 왔습니다. 오래된 2차선 국도와 비슷합니다. 좁지만 튼튼하고, 무엇보다 모두가 그 길을 잘 압니다. 개발 도구도 성숙하고 현장의 노하우도 충분히 쌓여 있습니다. 이런 기술은 쉽게 밀려나지 않습니다.
두 기술의 가장 큰 차이는 순서를 정하는 방식입니다. CAN은 여러 노드가 동시에 보내면 메시지 ID가 낮은, 즉 우선순위가 높은 메시지가 이깁니다. 중요한 신호를 먼저 보낼 수 있죠. 10Base-T1S는 PLCA로 번호 순서대로 돌아가며 보냅니다. CAN이 "중요한 것을 먼저"라면 10Base-T1S는 "모두에게 언제까지"입니다. 대신 CAN에는 그림자가 있습니다. 우선순위가 낮은 메시지는 선이 바쁠 때 계속 밀립니다. 언제 도착할지 "확정"할 수 없는 메시지가 생기는 것이죠.

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. 대역폭은 CAN이 1Mbps, CAN FD가 데이터 구간에서 5~8Mbps, 10Base-T1S가 10Mbps입니다.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데이터는 CAN이 8바이트, CAN FD가 64바이트, 10Base-T1S는 이더넷 프레임 그대로 1,500바이트입니다. 8바이트와 1,500바이트의 차이는 단순히 크기의 차이가 아닙니다. 8바이트로는 센서 값 몇 개를 실어 보내는 것이 전부이지만, 1,500바이트가 되면 진단 정보를 그대로 올려보내거나 펌웨어를 내려보낼 수 있습니다. 반대로 거리와 노드 수는 CAN이 유리합니다. CAN은 500kbps에서 100m까지, 노드는 수십 개까지 연결할 수 있지만, 10Base-T1S는 25m 안에서 8개(제조사에 따라 16개) 노드 정도가 현실적인 범위입니다. 10Base-T1S는 차량 전체를 잇는 기술이 아니라 짧은 구간의 말단을 잇는 기술입니다.
그런데 CAN 쪽도 손 놓고 있진 않습니다. CAN XL은 데이터 구간에서 20Mbps까지 올라가고 한 번에 2,048바이트를 보낼 수 있습니다. 숫자만 보면 10Base-T1S보다 낫습니다. 그렇다면 왜 자동차 업계는 이더넷으로 가고 있을까요? 속도 때문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때문입니다.
S/W 개발자에게 CAN은 매우 어려운 기술입니다. 흔히 사용하는 인터넷 체계와는 완전히 다르고, H/W와 매우 가까운 네트워크입니다. 특히 CAN DB는 네트워크와 데이터가 하나로 합쳐져 있는 구조입니다. 이더넷이 네트워크와 데이터 계층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과는 다릅니다. 이더넷에선 어떤 프로토콜을 사용할 것인지 선택지가 너무나 많지만 CAN은 그렇지 않습니다. 이 점이 S/W 개발자에게 CAN이 어렵고 익숙하지 않은 기술로 다가오는 이유입니다. 반면 10Base-T1S는 사용자 입장에선 그냥 이더넷입니다. 이더넷의 사용자 경험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. TCP/IP를 그대로 쓰고, 기존 드라이버와 Wireshark 같은 도구를 그대로 씁니다.
앞선 TSN 글에서 이더넷이 ATM을 이긴 것은 기술이 더 좋아서가 아니라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사람이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. CAN과 이더넷 사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. 차가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SDV(Software Defined Vehicle) 시대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얼마나 쉽게 구할 수 있는지, 기존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그대로 쓸 수 있는지가 기술 선택을 좌우합니다.
그렇다고 당장 CAN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. 10Base-T1S 칩은 이제 양산 초기여서 스펙을 정확히 따르지 않는 제품도 있습니다. 당분간은 게이트웨이를 통해 CAN과 공존하는 단계를 거칠 것입니다. 신규 설계에서 먼저 채택되고, 기존 차량은 천천히 바뀝니다.
10BASE-T1S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특징이 있습니다. 바로 데이터 통신에 사용하는 두 가닥의 선으로 전력까지 함께 보내는 기술입니다. 이를 PoDL(Power over Data Line)이라고 하며, 여러 장치가 하나의 통신선을 공유하는 멀티드롭 환경의 전력 공급 방식도 IEEE 802.3da-2026에 표준화되었습니다. 이 덕분에 장치에 따라서는 별도의 전원선을 줄이고, 한 쌍의 배선으로 통신과 전원 공급을 동시에 처리하는 구성이 가능해집니다. 반면 CAN에는 데이터 선으로 장치의 전원까지 공급하는 표준 기능이 없으므로, 일반적으로 통신선과 별도로 전원 배선이 필요합니다.

세계적으로 유명한 칩메이커 Microchip은 IEEE 802.3da-2026 표준이 나오기 전인 2025년에 자사의 10Base-T1S 칩으로 8개 노드 멀티드롭 환경에서 전력을 공급이 가능하다는 실험결과를 문서로 공개한 적 있습니다. 지금은 10Base-T1S가 전력과 통신을 위한 선이 분리되어 있지만, 향후엔 둘이 통합되어 와이어링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.
CAN을 대체하는 것은 더 빠른 네트워크가 아니라, 소프트웨어가 올라탈 수 있는 네트워크입니다. TSN Lab은 독일 Fraunhofer 연구소와 함께 10Base-T1S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, 2027년 3/4분기엔 샘플칩이 나옵니다. CAN에서 이더넷으로 넘어가는 길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TSN Lab으로 연락주세요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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